IUM MAGAZINE

SINGLE / Feb, 2018

우리는 여자를 읽는다

우리는 여자를 읽는다

궁금하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살면서 여자라서 억울하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해보았을지. 페미니즘에 심취한 여성이라면 작은 일에도 쉽게 부당함을 느낄 것이다. 반면 성()에 의해 제한되고 구분되는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보지 않은 여성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여성조차 요즘 쏟아져 나오는 여성주의적 작품들을 접하고 나면 한 번쯤 고민에 빠질 법 하다. 나는 지금까지 여성으로서 사회적인 불합리함을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겪어오지 않았는가, 그리고 혹 나는 누군가에게 성차별적인발언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친구에게 여자애가 조신하지 못하게라거나, ‘부엌일은 여자가라는 식의 발상과 발언을 나도 모르게 하는 것. 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거운 짐을 당연하게 남자에게 맡기는 것, ‘집은 남자가라고 말하는 것.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학습된 바에 따라 성의 역할을 구분 짓는다. 쏟아져 나오는 여성주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차별에 대한 것이 아니다. 사회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한 고민이다. 너와 내가 여성과 남성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그래서 훗날 나의 딸과 아들에게 의무를 가장한 차별 혹은 불합리를 대물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웹툰 <며느라기>


SNS 채널(@min4rin)을 통해 배포되고 있는 웹툰 며느라기는 전국의 며느리와 미혼 여성들을 열폭하게 한 문제의 작품이다. 대학에선 과대표, 회사에선 똑똑이 민대리로 통하는 주인공 민사린은 시댁에서도 미운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똑순이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시어머니의 생신상을 손수 차리고, 시댁에 오지 않는 형님과는 달리 명절 전날 시댁을 들러 음식준비를 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들은 결과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일이 되고 만다. 웹툰에서는 며느리라서 감수해야 하는 불합리함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며느라기를 통해 벌어지는 시월드의 역할놀이를 지켜보자. 우리가 명절마다 당연하게 해왔던 그 역할들이, 어딘가 잘못된 것 같지는 않은지?

|영화 <B급 며느리>


<며느라기>의 민사린이 고구마라면 <B급 며느리>의 김진영은 사이다다. 감독 자신의 아내와 어머니의 고부갈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에선 며느리의 관습적인 역할에 대한 저항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하지 못해 속앓이를 한 민사린과는 달리 김진영은 시어머니 앞에서 싫은 것을 당당히 싫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가부장제의 틀 안에서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온(마치 민사린과 같이) 시어머니는 그런 며느리가 이상하고 못마땅하다. 아내와 어머니의 날 선 신경전 사이에서 남편은 피해자, 혹은 방관자가 된다. 영화 속에서 ‘B며느리는 ‘F‘A’의 기로에 서서 저항한다. 그녀는 정녕 A이 될 수 없는 것일까? 며느리와 시어머니,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방관자.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각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


어떤 여성은 이 책을 읽고 눈물이 고였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남성은 과장된 이야기라고 한다. 남자 형제들의 진로를 위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김지영의 어머니나, 아들과 딸을 심각하게 차별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누군가에겐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하지만 이런 고민은 해 볼만 하다. 왜 학급번호는 남학생부터 시작하는지, 된장녀김치녀’, ‘맘충과 같은 여성혐오의 말들이 유행하는지, 왜 우리는 아주 사소한 것들에 조차 남자와 여자라는 성의 프레임을 씌우는지에 대해서.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당신의 어머니와 동생, 딸 또한 김지영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소 불편하다고 해도,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이런 질문을 이어나가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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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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