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M MAGAZINE

LOVE / Feb, 2018

사외연애 #2 눈 길

사외연애 #2 눈 길

눈이 펑펑 내린 새벽의 다음 날, 집 앞에 흰 눈이 가득 쌓였다.

뽀드득, 미끌. 녹다 만 눈은 털어도 털어도 지겹게 신발의 밑창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지겨운 눈 길 위에서 지겹도록 마주했던 너의 눈길이 떠오른 건 왜인지. 

나를 보고 웃을 때 눈썹과 같은 모양으로 휘어지던 눈매, 작은 일에도 동그랗게 커지던 동공,

마지막 나를 바라보며 흔들리던 그 눈동자의 진동까지

커다란 삽을 꺼내 눈을 치우기 시작한다.

부디 내 마음에 남은 이 쓰레기더미 같은 눈도 누가 치워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이 눈더미를 치우지 않는 이상,

나는 도저히 새로운 사랑은 시작하기 어려울 것 같다.




-

editor Juney 

illustrator sueo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