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M MAGAZINE

LOVE / Dec, 2017

좋아하는 사람 만나세요

좋아하는 사람 만나세요

당연한 거 아니야?” 라고 묻는다면 그리 당연한 게 아니다. 나도 연애는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감정이 갖는 비일상성과 달리 연애라는 건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어서, 사랑과 연애는 언제나 함께 가는 게 아니더라.

 

사랑에 빠지고 말고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이미 저질러져 있는 일에 가깝다. 그러나 연애는 다르다. 철저히 나의 선택에 의해 시작되고 끝이 난다. 그러니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상대와 연애를 시작하는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외로워서 혹은 심심해서 혹은 상대가 나를 좋아해서 혹은 그냥 편한 사람이어서 등의 이유로, 우리는 열정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상대와도 곧잘 연애를 시작하곤 한다.  

성공적인 연애를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일단 성공적인 연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텐데, 나를 불행하게 하지 않는 연애, 더불어 상대방도 불행해지지 않는 연애가 성공적인 연애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성공적인 연애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이 바로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연애를 실패로 이끄는 가장 큰 요소는 주로이기심이다. 나의 이기심은 상대를 불행하게 만든다. 상대의 이기심은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 사회생활, 친구나 지인들 사이의 인간관계에서는 그런 실패가 그리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다수의 인간관계에서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그걸 알고 있다. 나의 이기적인 행동을 상대가 받아주지 않는다는 사실, 그런 걸 상대가 받아줄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 대부분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연인 관계는 조금 다르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엮인 너와 나의 관계에서는나는 곧 네가 될 수도 있고 너는 곧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착각이 자주 일어나곤 한다. 연인관계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마법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너와 나였던 두 사람이 우리가 되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질량의 요소들이 필요하다. 그럼에도우리는 연애 중인 두 사람이니까. 조금 이기적인 내가 되어도 괜찮겠지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때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 이기심은 곧잘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곤 하는데 연인 관계에서는상대를 많이 좋아하는 마음만이 유일하게 그 이기심을 억누를 수 있다. 그리고 그 또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우리에게 일으켜주는 마법과도 같은 착각이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내가 더 손해 보아도 괜찮고, 상대가 이기적으로 굴어도 괜찮다는 놀라운 마음이 들곤 한다. 그런 상황에 놓여도 불행해지기는커녕 내가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마음마저 들곤 한다.

 

그러니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연에에 실패하지 않기 위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될 수 있다.

 

연애에 실패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하나 더 있다.바라는 것들을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지 말고바라지 않는 것들을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것이다. 보통 인간이 바라는 것은 끝도 없지만, 바라지 않는 것은 어쨌든 꼽을 수 있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바라는 것을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다 보면, 완벽히 만족스런 상태에 도달하기란 요원하다.

 

반대로바라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건 이런 것이다. 내가 절대 상대에게 용인할 수 없는 것들을 정해둔다. 특정 종교의 신자가 아니면 절대 안 된다든지, 흡연자는 절대 안 된다든지 하는 것에서부터 집에 데려다 주지 않는 것은 안 된다든지 밥은 꼭 상대방이 사야한다든지 하는 것들까지. 이건 철저히 개인적인 기준이므로 그것이 꼭 옳은 기준이거나 타인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준일 필요는 없다

그 무엇이 됐든 자신이 절대 허용하고 싶지 않은 기준들을 몇 개 정해두고 그 기준을 갖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 그건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모두 가진 상대를 찾는 것에 비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조건들을 가지지 않은 상대를 찾는 건 훨씬 쉽다.

 

내 지난 연애를 돌아보니, 철저히 실패로 끝난 연애, 즉 내가 불행해졌고 상대도 불행해진연애의 실패는 모두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 발생했다. 그리고 관계에 바라는 것이 지나치게 많았을 때에도 나는 곧잘 불행해졌다. 이십대의 마지막 겨울,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가슴 저린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게 된 지금이 퍽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삼십대의 마지막 겨울에는 또 실패를 통해 어떤 걸 배운 상태가 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

writer 정담

editor Ju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