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M MAGAZINE

SURVEY / Dec, 2017

크리스마스에 필요한 것

크리스마스에 필요한 것

매년 12월이면 전 세계적으로 의문의 조증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12월 초부터 발현되기 시작하는 이 바이러스는 연말이 가까워 질수록 이유 없이 마음이 들뜨고 흥겨워지며, 마침내 25일에 이르러서는 광기 어린 환희와 열기가 폭발하는 증상을 보인다. 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는 놀랍게도 1 1일을 기점으로 자연스럽게 소강상태에 접어드는데, 이후 우리는 지독한 숙취와 잔고가 사라진 텅장, 급격하게 나빠진 안색이라는 후유증을 얻게 된다.

 

직장인에게 연말이란 그런 것이다.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만나 그래도 한해 동안 고생 많았다고, 실제로 잘 했든 못 했든 간에 결국엔 잘 해냈다고 서로 격려하는 기간. 그런데 그 와중에 딱 하루, 25일 만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날만은 어쩐지 다른 누구도 아닌, 사랑하는 연인과 만나는 것만이 정답처럼 느껴진다. 애인이 없는 것이 죄도 아닌데. 혼자서 밖으로 나서는 일에 쓸데없이 용기가 필요해지는 날. ‘크리스마스에 뭐해?’ 라는 물음에 그게 뭐 대수라고하며 짐짓 쿨한 척 대답하지만 절대 쿨해질 수 없는, 오히려 쿨한 척하는 내 자신이 안쓰러워지고 마는 그런 날

 

※아래의 그래프는 남녀 합계 득표율 기준(응답자수: 572)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는 것이 뭐 어떤가. 누구의 기분을 살필 필요 없이 혼자 보내는 휴일의 즐거움을 우리는 이미 익히 알고 있다. 밖이 조금 소란스럽고 요란스럽다 해도 태연하게 혼자 즐기면 그만이다. 정 혼자가 싫으면 친구들과 만나자. 친한 친구들과 약속이 잡히지 않을 땐 보고 싶었던 옛 친구도 괜찮다.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라면, 묵은 어색함 쯤은 쉽게 떨쳐버릴 수 있을 테니.  

2017년 크리스마스에 싱글들은 혼자 자유롭게즐기거나(41.6%) ‘지인들과의 만남(18.3%)’, ‘여행 혹은 여가(14.3%)’를 즐기겠다고 답변했다. 이중 전체 응답자의 10%에 가까운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당일 을 한다고 답하기도 했으며 반려견과의 산책, 집들이, 종교행사 등을 나선다는 기타 답변도 있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모두 똑 같은 의미로 통했다.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는 날. 어른이 된 후 크리스마스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무려 전체의 4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크리스마스가 여느날과 다르지 않은 하루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35.6%의 응답자가 휴일이 늘어서 좋다고 대답했으며, 심지어 8.1%의 응답자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했다. 크리스마스가 특별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4.8%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크리스마스가 보통날 혹은 휴일에 그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싱글에게 크리스마스가 불편한 가장 큰 이유는 혼자 있는 게 유독 외로워지기 때문(30.3%)’이었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생기기 마련. 여느날과 다름없는 혼자의 하루일 뿐인데, 요란스럽고 왁자지껄한 바깥의 공기는 나의 공간과 극명한 온도차를 발생시킨다. 나는 혼자가 좋다. 그럼에도, 이날만은 문득 외로워지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세 번째 질문을 통해 우리에게 크리스마스가 여느날과 다르지 않은 보통날 혹은 그저 하루의 휴일일 뿐임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 다음의 질문을 통해 싱글들에게 크리스마스가 불편한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혼자인 것이 유독 외로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연인이 있는 사람, 또는 연인이 있는 나의 상황을 상상해 보라. 12 25일은 분명, 평범한 보통날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더 이상 산타할아버지나 커다란 트리, 캐롤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분명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함께 나눌 애인(72.3%)’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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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