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M MAGAZINE

SINGLE / Dec, 2017

나홀로 크리스마스 #1 집에서

나홀로 크리스마스 #1 집에서

Christmas Movie & Drink


우리는 더 이상 착한 일을 하면 선물을 주는 산타와 빨간 코의 루돌프를 기다리지 않는다. 열심히 착한 일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선물은 없었으니까. 어른이 된 우리는 빨간 코의 루돌프 대신 달력 위의 빨간 숫자를 기다린다. 모처럼의 휴일. 거리는 온통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있고, 혼자 맞는 크리스마스는 고요하고 거룩하겠지. 나는 시끄럽게 붐비는 거리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기려 한다필요한 건 오직 마실 것과 TV 리모컨뿐. 불을 끄고 편하게 누운 뒤 시작해 보자. 그 누구보다 감동적이고 가슴 벅찬 싱글의 크리스마스를.  



<스노우맨>

with 바닐라 아이스크림


아무 생각 없이 크리스마스를 만끽하고 싶다면, 오늘 하루 어른이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벽에 양말을 걸어놓고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던(설령 양말을 걸지 않았다고 해도 상관없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보는 거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통을 꼭 껴안고 앉아 춤추는 소년과 스노우맨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8살 소년이 된 기분이 든다. 눈사람이 춤을 추고,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어떻게 어른이 되었을까? 3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영상이 끝이 나면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하지만 괜찮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당분간 어른이인 채로 크리스마스의 환상을 만끽하면 되니까



<폴라 익스프레스>

with 핫초코


흰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우연히 북극행 특급 열차 폴라 익스프레스에 타게 된 소년은 산타를 만나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스노우맨>의 여정이 동화처럼 아름답다면, <폴라 익스프레스>의 여정은 절대로 만만치가 않다. 이들은 철로를 막아선 순록떼를 지나 빙판길을 헤쳐 목숨을 건 질주를 끝내고 나서야 간절히 바랐던 그곳에 도착한다. 영화는 이제 더 이상 산타를 기다리지 않는 우리에게 말한다. ‘착한 일을 하면 선물을 주는산타는 이 세상에 없지만, 열심히 달린 그 끝에는 반드시 반짝이는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온몸을 따뜻하게 데우는 핫초코 한 잔과 함께 폴라 익스프레스에 올라 보자. 결국 그들은 역경과 고난 끝에 산타를 만났다. 절망은 희망이 되고, 의심은 믿음이 되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통해 우리는 다시 희망을 배운다.   



<이터널 선샤인>

with 체리콕


어떤 연애는 끝남과 동시에 기억에서 사라진다. 정확히는 기억하지 않을 수 있게된다. 그러나 어떤 연애는, 아무리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도저히 지울 수가 없다.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이 지겨워져서, 사랑이 아파서 그 기억을 지우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조엘은 연인 클레멘타인이 사랑의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도 둘의 기억을 지우려 한다. 사랑한 기억을 지우면 그 사랑은 없던 일이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우리가 만약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랑의 기억을 지워버린다면, 진정한 사랑에 도달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 질지도 모른다. 한 포털의 영화 소개 페이지 맨 위에는 이런 리뷰가 있었다. ‘속는 셈치고 다시 사랑을 믿어볼까라고. 혼자만의 크리스마스, 문득 혼자임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톡톡 튀는 클레멘타인처럼 청량감 넘치는 체리콕을 마시며 다시 한번 사랑을 꿈꿔 보는 건 어떨지


<19곰 테드>

with 맥주


크리스마스 따윈 별로 개의치 않고, <나홀로집에>로 시작해 <해리포터>로 끝나는 성탄절 특선 영화도 지겹다면 19금 영화는 어떨까. 곰인형이 주인공인 <19곰 테드>는 얼핏 어린이 영화로 착각하기 십상이지만 무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19금 영화다. 어린 시절 왕따에게도 왕따를 당하던 존은 어느 크리스마스 날, 말하는 곰인형 테드를 얻게 된다. 이 아름다운 에피소드는 자칫 영화의 장르를 착각하게 하지만, 걱정 마시라. 영화는 시작한지 4분만에 성인 코미디로 급변하니. 말끝마다 ‘f**k’을 연발하며 음담패설로 무장한 베이비 페이스의 곰돌이를 보고 있노라면, 그 아이러니함에 웃음이 절로 난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쪽엔 곰인형을 끼고 영화를 감상해 보자. (조금 민망하지만 어떤가, 혼자인데) 세상에서 가장 불량하고 음란한 저 곰인형이, 내 곰인형이라고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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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