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M MAGAZINE

SURVEY / Nov, 2017

오늘도 퇴사각

오늘도 퇴사각

회사원에 대한 동경 따위 없었다.

하지만 열을 올릴 만큼 하고 싶은 일도 없었고,

어느새 주위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구직활동에 애썼다

나도 그만두고 싶다. 이런 회사인 줄 몰랐다.

채용설명회에서는 좋은 점만 말해 놓고,

열심히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은 무슨,

실력을 바르게 평가하는 환경은 개뿔.

지금 당장 그만두고 싶다.”


_ 기타가와 에미 저,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단한 존재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는 분명 뭔가 하나는 이룰 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분명하게 알게 된 건, 어린 시절 상상한 나의 어른과 현실의 나는 상당히 어긋나 있다는 것뿐.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내가 원했던 일이 맞는지, 지금이라도 늦기 전에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용기를 내서 자신만의 길을 걸은 사람들을 보며 부럽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품고 있다는 가슴 속의 사직서를 만지작거리면서도, 당장 앞으로의 불투명한 미래가 걱정이다. 이러지도 못하는데, 저러지도 못한다. 도대체 나는 왜, 직장인인 채로 살아가는 것일까?

 

아래의 그래프는 남녀 합계 응답률 기준(응답자수: 780)

우리는 왜 일을 하는 걸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일본의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이나 프리터(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청년층)처럼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한 돈벌이를 하며 부모님의 보호 아래 살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위해, 조금 더 즐기면서 살기 위해, 혹은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일을 한다. 그래도 일단은, 당장 오늘을 먹고 살기 위한(39.2%)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날 때부터 이마에 직장인이라고 각인이 새겨지는 것도 아닌데, 일단 직장에 들어가면 섣불리 나오기가 어렵다. 상사가 무서워서도, 누군가의 질책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내일은 우리에게 현실이니까. 직장인이 퇴사를 마음먹는다는 것엔 그만큼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했는데 보람이 없을 때(39.6%)’, ‘동료/상사와 불화가 있을 때(32%)’ 직장인들은 사직서를 떠올린다. 과도한 업무(12.2%)’도 직장인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며 그 외에 행복과 멀어짐을 느낄 때’, ‘삶의 의미가 없을 때등의 기타 답변도 있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의 직장 생활을 고단하게 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가장 1순위로 꼽힌 천적은 상사(39.8%)'. 이 세상의 모든 상사와 선배가 드라마 미생의 오상식 차장과 같다면 좋겠지만, 모든 회사엔 후배를 봉으로 생각하는 성대리나, 성희롱 대마왕 마부장, 근무태만이 습관화된 박과장 같은 사람이 있다. 거래처(9.8%)나 고객, 지인, 회사 내 타 부서,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들도 직장인을 괴롭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21.5%)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자존감은 안전지대에 있는가? 전체 응답자의 46.6%는 자신의 자존감이 60~100%에 놓여있다고 답했으나 20%의 응답자는 자신의 자존감이 40%도 채 되지 않다고 답변했다.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존중과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무엇일까? 회사 내에서 확실한 보상(28%)이나 월급인상(16.1%)을 보장받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자신이 주지 못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타인에게 받는 것, 바로 연애(28%). 혼자만의 시간(21.5%)을 갖는 것도 때로는 효과적인 치유법이 된다.

기타가와 에미의 소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주인공 아오야마는 회사생활을 견디지 못하면서도 퇴사하기엔 어려운 현실 사이에서 고뇌한다. 어느 날 넌지시 어머니에게 회사를 관둘까라고 얘기했더니, 어머니는 '그게 뭐 별일이라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그야 네 인생인걸. 네 생각대로 해도 되잖니. 괜찮아. 인생은 살아만 있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어.”라고. 사실은, 꼭 누군가에게 답이나 위로를 들을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미 이 회사를 나가도 어떻게든 살아내리란 걸 잘 알고 있으니까. 다만 ‘어떻게든살아내기가 두려울 뿐이다.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자. 조금은 불만족스럽지만 안전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도전, 그 중에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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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