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M MAGAZINE

OFFICE / Nov, 2017

나 지금 마이 아포

나 지금 마이 아포

도시엔 크고 작은 질병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미세먼지로 잠식된 하늘, 눈 앞을 가리는 매연, 변덕스러운 일교차를 온 몸으로 받으며 그래도 우리는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버틴다. 이놈의 직장만 아니라면, 직장인만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마 끝까지 어떠한 병도 없이 건강할 수 있었을 거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질환들이 퍼지고 있다. 이 신종질환들은 유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퍼져, 이미 많은 수의 감염자들을 발생시켰다. 심지어 그들 중 대다수는 스스로가 감염되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직장인들이 병들고 있다. 우리는 정녕 이 질환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일까?

직장인 불치병

월요병부터 넵병까지

 

일요일 저녁이면 이유 없이 몸이 아파온다. 삭신이 쑤시고 온 몸이 천근만근 무기력증이 찾아온다. 일요일 밤에 시작되는 어느 개그 프로그램의 엔딩송은 내 월요병의 오프닝송 같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 휴대폰을 붙들고 있는데, 시계바늘은 어쩜 평소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자정을 넘겨버리는지.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 새벽 한 시, 두 시, 내일은 이미 오늘이 되었지만 여전히 일요일과 같은 마음으로 시간을 붙잡고 있다 선잠이 든다. 그리고 마침내 월요일 아침이 되면 일주일 중에 그 어떤 날보다 무겁고 피곤한 몸으로 출근길에 오른다.  


월요일만 되면 피로가 만렙이 되고, 기분이 울적한 이유는 단순히 일을 하기 싫은 마음때문만은 아니다. 휴일에는 장거리 여행이나 과한 음주, 늦잠으로 인해 신체의 생활리듬이 깨지기 쉽고, 이렇게 흐트러진 몸의 리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며칠 간의 회복기간이 필요하기 때문. 여기에 직장인만의 특권인 지나친 스트레스나 업무에 대한 중압감이 더해지면 정신적인 피로감까지 과중되기 마련이다




실어증 아니고

싫어증


이럴 때 오는 것이 바로 일하기 싫어증이다. 일하기 싫어증은 직장인의 애환을 해학과 위트로 그려내는 일러스트레이터 양경수 작가(aka 그림왕양치기)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신종질환으로,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은 회사에서 말이 없어지고 혼자 있으려 한다는 것이다. 일하기 싫어증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실제로 업무 자체가 하고 싶지 않은 업무기피형과 직장동료 혹은 상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거부하는 사람기피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단 급격하게 말수가 줄어들고 표정이 사라지며 혼자만의 시간을 계속 가지려 한다면 일하기 싫어증의 감염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초기 증상이 발현되었을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증상이 점점 심화되어 결국 어떠한 처방도 듣지 않는 상황에 이를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주변의 꾸준한 관심과 빠른 조치가 중요하다.      

무서운 전염 속도 

넵병 바이러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뜨겁게 회자되고 있는 신종질환은 넵병이다. 넵병은 쉽게 말해 상사나 선배와의 대화에서이라고 대답하는 병이다. 이 질환의 위력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음에도 스스로의 감염을 쉽게 깨닫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넵병 바이러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우리 몸에 침투해서 ()’의 유전자를 강화시킨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아주 단순한 대답 한 글자조차도 갑()의 기분을 살피며 대답한다. ‘네’로 시작해서’, ‘’, ‘으로 진화해온 긍정의 대답은 마침내 을 통해 가장 상대를 만족시키는 형태로 완성됐다.

 

이 된 과정은 이러하다. 단순히 라는 대답은 지나치게 표현이 심플해,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느낌을 주기 쉽다. 뒤에 점(…)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억지로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니 점은 최대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네네라거나 눼눼또한 주의가 필요하다. 귀찮아서 대충 대답하는 어조를 띄기 때문이다. 친근함의 표현인 이나 네 ㅋㅋ는 사람에 따라 자칫 장난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여기서 직장인들은 착실하고, 열정적인 느낌의 을 대안으로 삼았다. 이 넵은 !’이나 네엡’, ‘~’ 등으로 파생되며 마침내 궁극의 대답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문가들은 직장인의 고질병 극복을 위한 몇 가지의 예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아침식사를 거르지 말 것, 둘째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자주 먹을 것, 셋째 꾸준히 수분을 섭취할 것 등이다. 아침식사는 뇌의 에너지와 몸의 활력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영양소의 공급으로 아침 업무의 효율을 높여주며 과일의 비타민과 무기질은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수분은 머리를 맑게 하고 생리기능을 돕는다. 이 외에도 업무 중간중간 경직된 근육을 스트레칭으로 풀어주는 것도 직장인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한 글자의 단어조차 함부로 뱉을 수 없는 정글같은 직장 속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채 고립을 자처할 것인가? 직장인 신종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극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긍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것, 직장 내의 갖은 스트레스에 최대한 얽매이지 않을 것, 월요일을 수요일이라 생각하는 마인드 컨트롤의 대가가 될 것.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 기분이 좋아지는 향을 가까이에 두어 늘 똑같은 근무환경에 변화를 줘보는 것도 좋다.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쾌적한 환경은 직장인 신종질환에 대한 당신의 면역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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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