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M MAGAZINE

LOVE / Oct, 2017

뻔뻔한 밤과 후회의 낮

뻔뻔한 밤과 후회의 낮

어둠 속에서는 무슨 일이건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자유로이 밤거리를 누비거나,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누워 빈둥대도 나를 탓할 사람은 없으니. 모든 부끄러움과 후회는 밤의 몫이 아닌 낮의 몫일 뿐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는 나는 내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나의 밤은 후회로 가득하다(I want to live my life so that my nights are full of regret)’라고 했다. 오늘 밤의 자유로움은 내일 낮의 후회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저명한 작가가 그리 말하니, 내가 오늘 이토록 후회하는 건 어제의 내가 내 삶을 잘 살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무쓸모한 것들로 밤을 지새운 밤

어떤 날은 일찍 잠드는 것이 엄청난 손해라도 되는 것처럼 도무지 잠들고 싶지가 않다. 멍하니 손가락을 위아래로 굴리며 SNS를 감상하고, 당장 결제할 것도 아니면서 사고 싶은 스타일의 옷을 스크랩한다. 아무 의미 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찾아 인터넷 서핑을 하기도 하거나, 게임을 밤새 즐기기도 한다. 그러다 시계를 보면 어느새 4. ‘, 미쳤네싶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고칼로리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밤

문제는 내가 아니라 현대 문명이다. 나는 분명 일찍이 잠을 자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TV에서 뜬금없이 먹방을 시작하질 않나, 휴대폰엔 왜 맛집 광고뿐인 건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치느님의 허벅다리와 보글보글 라면 냄비 위로 솟아 오르는 김을 보면, 나의 체지방과 위의 건강에 대한 걱정은 하루쯤 뒤로 미뤄도 괜찮을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손가락은 머리보다도 빠르게 주문 앱을 누르고 만다.

이성과의 만남에 허탕치고 돌아오는 길

모처럼 친구가 주선한 소개팅, 잘 해보자고 시작은 늘 의욕 만만이다. 그런데 왜 언제나 소개팅 장소도, 소개팅 상대도, 내 컨디션조차 마음에 들지가 않는 건지. 소개팅에서 성공한다는 건 흡사 로또에 맞는 일과도 같아 보인다. 혹은 헌팅의 현장.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괜찮은 이성들에게 유혹의 눈짓, 손짓을 보내도 효과는 없고 냉랭한 반응뿐. 돌아오는 길의 내 그림자는 어쩌면 저리도 애처로운지.

 

 한 잔만 더~’를 외치며 끝까지 가는 나

사실 나는 꽤 이성적이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선을 긋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 도대체 술만 마시면 인격이 180도 변하는 걸까? 간밤의 일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 채 멍한 머리로 출근을 하면 꼭 어제의 막장 릴레이 술자리의 주범은 나다. 깨지 않는 숙취보다 더 씁쓸한 건, ‘외로워서 그래라고 쑥덕거리는 동료들의 뒷담화다.

 

밤새 나를 괴롭히는 숙취

1차가 끝난 직후부터 ‘2~3~~!!’를 외치며 술자리를 주도하고 돌아온 날, 씻지도 않고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예로부터 좋은 자리, 사람들,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시면 취하지 않는 법이라고 했거늘. 어떤 날은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만다. 변기와 한 몸이 되어 사색이 된 얼굴을 보면, 간밤의 폭주를 후회하는데 내일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새벽 두 시, 그 사람 생각

새벽 두 시 감성이라는 말은 대체 누가 지어냈는지. 적당히 취해 어두운 밤거리를 헤치고 집으로 돌아온 새벽 두 시, 불현듯 얼마 전 헤어졌던(혹은 가장 최근에 헤어진) X가 떠오른다. 밤바람이 유난히 차가워져서, 친구가 연애를 시작해서, 혹은 얼마 전 소개받은 사람이 X에 비해 영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공연히 떠오른 그 얼굴을 휘휘 저어보다가,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고 그 사람의 SNS 계정을 염탐하고 만다.

 

그러다가 연락해버린 최악의 밤

그리고 가장 최악의 상황은, 가장 후회하고 싶지 않은 대상을 향해 후회하게 되었을 때다. 새벽 두 시의 중2병 돋는 감성으로 어젯밤 저질러선 안될 일을 저질렀다면, 그것은 단지 오늘 낮 반나절 분의 후회는 아닐 것이다. 시작은 문자로 가볍게 스타트, 5초 간격으로 답변을 확인하다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 후회는 [부재중 1]이 찍혔을 그 휴대폰을 상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지막 바람이라면 취소조차 할 수 없는 간밤의 내 그리움을 그가 제발 모른 척했으면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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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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