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M MAGAZINE

SINGLE / Feb, 2017

비움으로 채우는, 미니멀라이프

비움으로 채우는, 미니멀라이프

한때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유행처럼 읽히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빈손으로 와서 죽을 때도 빈손으로 간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을 때 모든 것을 얻는다는 무소유의 정신이 대한민국을 뒤덮던 시절에만 해도, 사실 우리는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지는 못했다. 다만 그렇게 살고 있는 이들을 부러워했을 따름이다. 책상 위 연필꽂이에는 심이 마른 볼펜, 다 쓴 딱풀 조차 버려지지 않은 채 놓여있다. 집에는 언젠가는 쓰겠지하고 쌓아놓은 물건들과 단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옷들이 널려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다는 무소유, 어쩌면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소유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들어 버리고, 비우고, 최소한으로 사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소위 말하는 미니멀라이프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실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최근에서야 미니멀라이프가 많은 언론매체에 조명되며 사회적인 메가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미 전세계적으로 비움으로써 채우는 라이프스타일이 널리 퍼져왔다. 소박한 삶으로부터 행복지수를 높이는 덴마크의 휘게 라이프’, 일본의단샤리(斷捨離)’, 미국의 킨포크(Kinfolk)’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말하는 미니멀한 삶이라는 것은, 단순히 세간살림을 줄이고 쓸모 없는 것을 버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놓고 감사하며 사는 것. 시간을 아끼고, 자원을 아끼며 지나친 욕심으로 받을 스트레스가 없는 삶.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니멀라이프의 모습이다

우리가 원하는 킨포크적인 휘게라이프


지난 3~4년 간, 그리고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킨포크란 여유로운 삶을 상징하는 대명사처럼 쓰여져 왔다. 킨포크는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탄생했다. 작가, 화가, 사진가, 농부, 요리사 등 4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어울려 사는 자연적인 삶, 유기농 라이프를 감각적인 사진과 함께 담은 계간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자연친화적인 삶이 한국의 2030 세대에게는 가장 트렌디한 문화로 확산되었다.킨포크적이다라는 말은 그들에게 있어 그것은 촌스럽고 투박한 것이 아닌 선진적이고 세련된 것으로 통용되어 왔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는 덴마크에서는 행복의 비결을 휘게 라이프라 꼽는다. 휘게(Hygge)는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을 의미하는 덴마크어로 휘게 라이프의 핵심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오후 3시면 하루 일과가 끝나는 덴마크인들은 아늑한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공유한다.  

한편 최근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미니멀라이프와 가장 유사한 형태는 일본의 단샤리(斷捨離). 야마시타 히데코의 저서 <단샤리>에서 처음 등장한 말인 단샤리는 요가의 수행법 중 하나 불필요한 물건이 들어오는 것을 끊고(), 공간을 차지하는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단샤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인 단샤리안을 탄생시켰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 단샤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는 이미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 정리 블로거 유루이 마이 등 다수의 미니멀리스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사회를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질적인 풍요를 꿈꾸게 된다. 그러나 경쟁사회에서의 풍요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시간의 투자, 금전적 투자, 스트레스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더 좋은 것을 쟁취하고 소유하고 누리고 싶은 마음은 커져만 간다. 우리는 종종 멈춰 서서 지금 자신이 추구하는 것들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사회적으로 학습되거나 요구된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미니멀라이프라는 것은 무조건 버리는 삶이 아니라, 무조건 욕심 내는 삶으로부터의 U-turn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ditor’s 미니멀리스트 체험기

나도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집에 있는 쓸모 없는 것들을 처분하고 최소한의 것으로 간소한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물질적으로 가벼워진 만큼, 심리적으로는 풍요로워진 기분이라고.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과연 나도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눈발이 휘몰아치던 어느 주말, 에디터는 미니멀리스트로의 꿈을 안고 집안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서랍장을 비우라고 말한다. 서랍장을 열어 각종 박스, 쓰지 않는 화장품, 말라붙은 매니큐어와 각종 케이블들을 꺼냈다. 그 다음엔 언젠가는 입을 줄 알고 차곡차곡 개어놓았던 옷을 꺼냈다. 검색창에서 헌옷 수거를 검색해 연락을 했다. 거실 한 켠에 산처럼 쌓인 헌옷의 무게는 자그마치 60kg! 그러나 내 손에 건네진 건 단돈 2만원이 전부였다. 멀어져 가는 헌옷을 보며 나는 조금이나마 홀가분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여전히 방 안을 꽉 채운 짐들을 보며 깨달았다. 60kg의 옷을 처분했다고 해도 미니멀리스트로의 길에는 1cm도 다가가지 못했구나! 라고. 남겨진 옷 중에는 미처 미련이 남아 떠나 보내지 못한 아이들(?)이 보였다. 내 방은 내가 갖고 싶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나의 행복은 온전하게 가득 차 오르지 않았다나는 훗날에라도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 내가 행복을 온전히 자신의 안에서 찾는 방법을 깨달은 후에야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미니멀리스트가 되면 물건을 살 때 남이 아닌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다. 나는 내게 필요한 모든 물건을 갖고 있다. 부족한 물건은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나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도 없다. “


-       사사키 후미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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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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