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M MAGAZINE

SINGLE / Mar, 2018

향기로운 春三月

향기로운 春三月

거리의 냄새는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알싸하게 코끝이 시큰해지는 콘크리트의 마른 향은 겨울의 시작을, 시원한 맥주 한 캔이 생각나는 습도 높은 공기의 냄새는 여름의 시작을. 그리고 자욱한 미세먼지로 뒤덮인 3, 거리엔 봄이 아직이다. 꽃이 피지 않은 3월의 거리는 여전히 물기 없이 파삭한 공기와 마른 나뭇가지들만이 가득할 뿐. 느리게 오는 봄의 거리엔 봄의 향기가 없다. 그래서 봄의 향기를 찾아 떠났다. 미련이 많은 겨울의 골목길에서 홀로 봄의 향기를 내뿜고 있는 곳들을





|베르씨빌라쥬 서울 Bercy Village


감각적인 소규모 상점들이 즐비한 서촌 옥인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불현듯 기분 좋은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부티크캔들숍 베르씨빌라쥬 서울이 옥인길에 문을 연 것은 불과 6개월 남짓이지만, 이곳의 주인인 백희영, 김태민 대표는 근처의 캔들 공방을 통해 이미 이 동네에 오랫동안 향기를 전파해 왔다.  

'베르씨빌라쥬' 공방에서 캔들을 만들고 캔들 수업을 하는 백희영 대표, 옥인길 쇼룸에서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김태민 대표. 서촌이라는 한 동네 안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다른 두 장소를 지킨다.  “서촌이 가진 온화한 무드가 좋아요. 캔들 공방 베르씨빌라쥬는 한옥의 사랑채에서 시작됐죠. 여전히 그곳에선 백희영 대표가 캔들 클래스를 계속 하고 있어요그리고 이곳에서는 제가 캔들을 판매하죠. 재고가 떨어지면 직접 만들기도 하면서요. 제가 앞치마를 벗을 수 없는 이유에요.”  

두 사람이 좋아하는 프랑스 파리의 뤽상부르 공원에서 영감을 받은 '뤽상부르' 캔들

베르씨빌라쥬가 만들어내는 향은 총 8가지로 캔들, 디퓨저, 패브릭 퍼퓸 등 다양한 제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봄엔 은은한 매화향과 소량의 사과향이 믹스된 그린컬러의 뤽상부르캔들을 추천한다. 프랑스 덕후인 두 사람이 프랑스 파리의 뤽상부르 공원의 벤치에서 컬러를 따왔다. 1년에 두 번 정도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올 봄엔 내추럴한 나무의 내음을 담은 우드 캔들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슬로우어 Slow.er


나는 그냥 느리게 갈게요라는 슬로건의 잡화점 슬로우어는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매연 가득한 잠원동의 빌딩 숲 한가운데, 어느 건물의 주차장 구석에서 이곳은 섬처럼 숨어있다. 좀처럼 숍으로 활용하기 어려울 법한 이 구석진 장소를 슬로우어 대표, 이승진씨가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주차장 창고로 쓰이던 이곳이 그녀의 머리 속에 있던 슬로우어에 딱 맞는 공간이었기 때문

어떤 사람이 어디에 놓아도 그 공간을 빛나게 할 향초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녀의 초는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다. 다 써가는 몽당연필처럼 짧고 두툼한 초부터 얇고 긴 막대초까지 직접 블렌딩한 향을 넣어 핸드메이드로 제작한다. 패션을 전공한 그녀의 감각이 캔들의 컬러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외에도 이승진 대표의 취향이 반영된 각종 빈티지 제품을 만나볼 수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누군가에겐 볼 게 많고 누군가에겐 번잡스러운 작은 상점이에요. 다만 사람들이 가득한 길에서 벗어나 구석에 숨은 이곳에서, 다들 천천히 시간을 즐기고 돌아갔으면 해요.” 



코코앤스포나 CoCo & SFONA


금요일 오후 두시, 평일 낮에 들린 코코앤스포나매장엔 캔들 클래스를 들으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모두가 각자의 캔들을 만드느라 집중한 그곳엔 고요한 정적과 달콤한 캔들 향만이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코코와 스포나, 캔들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만나 이태원 골목길에 문을 연 체험공방 코코앤스포나는 매일 전문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코코앤스포나는 마블링 패턴의 천연비누를 비롯해 왁스타블렛, 퍼퓨머, 캔들 등 제품군이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캔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나 관심이 크게 없던 사람도 이곳에서 말캉말캉한 질감의 워터볼 캔들이나 원석 모양의 캔들들을 보면 새로운 관심이 생겨날 법하다. 최근 가장 인기가 많은 클래스는 드라이플라워 등 작은 소품들로 장식해 만드는 왁스타블렛 클래스. 향기는 물론 어렵지 않게 디자인할 수 있어 누구나 선호한다.

코코앤스포나에서는 매일 클래스가 열려요. 누구나 와서 자신만의 향이 담긴 비누와 캔들을 만들 수 있죠.

이번 봄에는 싱그러운 프레그런스 오일의 러브미향을 추천해요. 화원의 꽃과 풀내음을 담은 자신만의 캔들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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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Ju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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